DUELYST - 보드형 턴제 CCG 게임

2020. 3. 1. 19:33게임/리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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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리스트(DUELYST)는 2016년에 정식 발매된 PVP 기반 보드형 턴제 CCG 게임으로, 현재는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입니다.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을 왜 소개하냐 하면, 서비스 종료 일자가 2020년 2월 27일로 아주 최근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한동안 이 게임을 플레이했고 상당히 좋아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 게임이 이 시점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소식에 대해 알게 됐냐면, 오랜만에 게임을 즐겨볼까 하고 게임을 다운받으려다가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게 된 것이었고, 따라서 상당히 당황했었습니다.

 

이렇게 서비스 종료 공식 발표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게임 자체가 근래에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더라고요. 확장팩의 정기적인 발매가 중요한 CCG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2018년 초에 마지막 확장팩이 발매된 이후로 새로운 확장팩 발매 없이 그냥 게임을 유지하고만 있었다고 하네요. 아마 내부 사정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하여튼 그렇게 게임을 유지만 하다가 이번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이라서 좀 많이 섭섭하게 됐습니다. 2016년 즈음에 매너리즘 때문에 하스스톤이 질려서 다른 TCG, CCG 장르의 온라인 게임들을 여러 개 섭렵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임이 바로 이 듀얼리스트였습니다.

 

물론 듀얼리스트 게임 자체가 하스스톤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서 나온 작품인만큼 많은 부분들에서 하스스톤과 유사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 형태가 '연습 모드, 랭크형 PVP, 스토리 모드, 건틀렛(투기장), 보스전(하스스톤의 선술집 난투처럼 일정 기간마다 바뀌는 이벤트형 모드)'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나,

 

하스스톤과는 다르게 카드 등급을 한눈에 확인 가능하다

오브(하스스톤에서의 팩과 같은 개념)를 까면 일반, 희귀, 영웅, 전설 등급으로 나눠진 카드들이 나온다는 점 등에서 절대적으로 하스스톤의 향기를 느낄 수 있죠. 이 정도면 거의 표절 수준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하스스톤 때문에 출시된 카드 게임들이 범람했고, 그 게임들은 전부 하스스톤의 장점을 흡수해서 출시되었기 때문에 듀얼리스트만 잘못했다고 보기는 좀 그렇습니다. 그냥 당시 분위기가 그랬다는 것이고, 표절이라는 게 원래 애매하기도 하잖아요.

 

'흰-파-흰-흰-흰'의 전통도 베낀 것은 좀..

또한 하스스톤의 방식들을 베낀 게임들이 (대부분 흥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그 방식들을 사용해 잘 서비스 중이라는 것을 보면 표절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듀얼리스트는 하스스톤을 베끼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유저들에게 개성을 어필한 게임 중에 하나였습니다. 하스스톤이나 궨트 같은 게임들처럼 기반이 되는 세계관이 없음에도 독자적인 세계관이나 스토리의 상세한 설정들을 구축한 것은 기본이었죠.(기본이라고 해도 이런 것도 안 하는 게임들은 참 많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더 줄 만합니다. 물론 CCG 장르에서는 세계관 구축은 필수적인 요소지만요.)

 

https://tv.kakao.com/v/406910265

그런 기본 준비에 더해 듀얼리스트는 독자적인 게임 방식을 구축했죠. 바로 일정 크기의 보드 위에서 턴제로 공방을 주고받는다는 신선한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 덕분에 듀얼리스트는 다른 CCG 게임들과 다르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개성적인 형태의 CCG 게임 '페어리아'도 듀얼리스트의 영향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페어리아는 듀얼리스트와는 다른 형태의 보드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게임의 유사성을 논하기는 힘들지만, CCG와 다른 장르의 게임을 섞는다는 아이디어를 듀얼리스트가 페어리아 측에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https://tv.kakao.com/v/406910268

이 특징 때문에 한때는 하스스톤을 버리고 듀얼리스트로 갈아탈까도 생각했습니다. 2017년으로 해가 넘어갈 즈음인가, 듀얼리스트도 모바일 버전을 계획 중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서 모바일 버전이 나오면 무조건 게임을 갈아탈 생각이었죠.

 

그런데 결국 정식 모바일 버전은 출시되지도 않고, 유저가 직접 만든 비공식 모바일 버전만 암암리에 사용되다가 결국 이렇게 서비스 종료를 맞았네요. 원래 자가 홈페이지 클라이언트를 사용해 서비스하던 게임이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스팀에도 진출을 하고, 남코와도 제휴를 맺는 등 발전하는 행보에서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가 무색하게 허무하게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습니다.

 

2018년 4월의 마지막 랭크전 기록

분명 이 장르 자체가 많이 메이저한 장르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니아들의 인기를 끌 매력이 있는 게임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요. 그것도 운영진의 태만 또는 운영진 간의 갈등(내부 사정이라서 확실하지는 않음) 때문에 말이죠.

 

하여튼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기 직전인 27일에 마지막으로 게임을 설치해 봤습니다.

 

예전에 남겨놓은 건틀렛 입장권이 있어서 매칭을 돌려봤는데, 매칭이 안 잡히네요. 다들 이미 떠난 것일까요.

 

공지에서는 서비스 종료 전에 오브 가격을 확 줄였다는데, 인게임에서는 반영이 안 되어있네요. 어차피 서비스 종료할 거 무료로 푸는 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새 확장팩이 출시되지 않은 지 2년이 된 만큼, 계속 이 게임을 즐긴 유저들은 이미 모든 카드를 풀 세트로 가지고 있을 것이기는 하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오브 몇 개를 까다가 업적 달성으로 전설 카드 3장을 받았네요. 의미 없네요.

 

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글을 마치도록 하죠. 듀얼리스트는 덱을 짤 때 덱 총량이 40장이고, 한 덱에 같은 카드를 3장까지 넣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 중 최대 핸드 수는 6장이고요. 게다가 서비스 초창기에는 매 턴 2드로우에, 핸드의 카드 1장을 덱의 카드 중 하나와 랜덤으로 교체가 가능하기도 했죠. 이 때문에 어그로 콤보 덱 같은 것만이 살판난 환경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컨트롤 덱이 메이저하기도 한 꽤나 황금 밸런스의 게임이었습니다.

 

그랬던 게 '매 턴 1드로우에, 핸드의 카드 1장을 덱의 카드 중 하나와 랜덤으로 교체'로 시스템이 바뀌어서 이에 불만을 품은 기존 유저들이 많이 이탈하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는 2드로우 때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1드로우가 되니 오히려 어그로덱들이 더 강해지는 등 밸런스가 이상하게 되기도 했고요.

 

선공은 첫 턴부터 2마나, 후공은 3마나로 게임을 시작하며, 필드 위에 있는 마나 샘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마나 1을 더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정 크기의 필드를 가진 보드 위에서 진행되다 보니 '비행'이나 '투하' 등의 이 게임만의 개성적인 능력들이 게임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이렇게 설명해봐야 이제는 다 의미 없는 소리입니다. 유저들이 모여서 게임을 되살리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지만,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할 때의 모바일 버전 출시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의미 없는 기다림일 것 같으니 이제는 그냥 미련을 버려야겠습니다. 게임성도 좋고, 수집 요소도 많고, 세계관들도 충실했던 좋은 게임이 제 스팀 라이브러리에만 남아있을 뿐,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사람들에게 잊힌다는 것이 아쉬워서 이렇게라도 글로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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