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인크레더블 2 - 14년 동안 기다렸던 것치고는 아쉬운 영화

2020. 3. 10. 18:33후기&리뷰&소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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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인크레더블 2(Incredibles 2)'는 2004년 개봉한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의 후속작으로, 전작이 개봉하고 14년이나 지나서 개봉된 영화입니다. 전작인 '인크레더블'은 제가 알기로 픽사 영화 중 유일하게 등장인물들이 사망하는 등 꽤나 현실적인 요소를 극에 삽입하면서도 매끄럽고 경쾌한 스토리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매우 호평받은 영화입니다. 분명 저연령층을 타깃으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서 느껴지는 어두움과 깊은 주제의식 때문에 개봉한 지 10년이 넘어서도 계속해서 회자되는 명작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였죠. 그래서 사람들은 '인크레더블'의 후속작이 나오는 것을 항상 기다려 왔지만 기약 없이 시간만 흘렀는데, 놀랍게도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서 후속작이 공개됐습니다.

 

후속작인 '인크레더블 2'가 나온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되자 또다시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전작의 마지막 부분에서 바로 이어지는 스토리의 스무스함과 오랫동안 기다렸던 히어로들의 활약과 능력의 다양한 활용 등이 호평을 받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인크레더블 2'는 주제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 나온 영화인만큼 전작을 본 관객들이 성장해 관객들의 눈높이가 올라갔지만 영화의 주제는 예전보다 더 단순해졌습니다. 1편에서는 '슈퍼히어로의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다뤘다면, 2편에서는 전작의 주제는 대충 '마케팅 등을 이용해 슈퍼히어로의 활약을 대중에게 어필해서 슈퍼히어로의 지위를 복권한다.' 정도로만 주제를 다루고 그냥 '가족끼리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저는 '인크레더블 2'에서 '인크레더블'에서 해결이 안 된 주제에 대해 더 심도 있게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뤄 관객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을 이끌어낸 것처럼 말이죠. 1편에서 해당 주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채 영화가 끝났고, 전작을 본 관객이 해당 주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성장한 상태에서 후속작이 출시되기도 하는 만큼, 당연히 2편에서 그 주제를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고, '인크레더블 2'를 보기 전에는 혹시 '시빌 워'에서는 제시하지 못한 나름의 해답을 이 영화는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이 영화의 제작진도 그 주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는지 두루뭉술하게 넘어갑니다. 단순하게 1편에서 민심을 잃어 슈퍼히어로가 불법이 됐으니, 2편에서는 민심을 되찾아 슈퍼히어로가 합법이 되면 말끔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네요. 분명 1편에서 슈퍼히어로가 불법이 된 이유는 슈퍼히어로들의 조절하기 힘든 능력들로 인해서였고, '시빌 워'에서 소코비아 협정이 통과된 이유도 같은 이유였죠. 2편에서 슈퍼히어로들이 조종당하는 것이 '캡틴 아메리카' 영화에서 버키가 조종당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이므로 이를 다룰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인크레더블 2'에서도 해당 주제에 대해 자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을 것인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죠.

 

단순하게 저연령층도 영화의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영화를 복잡하게 만들기는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 자체가 전작을 보고 성장한 관객들을 노린 것이 분명히 티가 나는 이상, 그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주제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라고 할지라도 영화 내의 등장인물들이 영화의 중심을 꿰뚫는 주제에 대해 그들 나름의 해답을 내리는 것이 그렇게까지 무리한 일은 또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앞에서는 영화가 주제를 다룬 방식에 대해 혹평을 했지만, 영화 자체는 상당한 수작에 속한다고 봅니다. 새로운 능력자들의 등장, 기존 능력자들의 활약, 능력자들 간의 대결과 액션신의 전개 등은 전작을 본 관객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줄 만합니다. 다만 메인 주제를 미숙하게 다뤘다는 점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혹시 후속작으로 3편이 나온다면 또 모르겠지만, 1편과는 달리 2편은 거의 완벽하게 스토리가 완결된지라 후속작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뭐, 시리즈물 영화는 흥행에 참패하지 않는 이상 보통 3개가 나오기도 하니까 후속편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까요? 그 후속편이 또 14년 후에 나온다면 좀 그렇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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