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신(2019) 후기

2019. 9. 1. 16:32후기&리뷰&소개/영화

스포일러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한국 영화계에서 구마 영화라는 특이한 장르 영화가 연달아 개봉되고 있습니다.

 

영화 엑소시스트 포스터(출처: 나무위키)

이 장르 영화의 처음은 1973년에 나온 '엑소시스트'라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은 아니라고 해도, 엑소시스트 영화가 엑소시즘 영화를 대중화시킨 영화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에 드라군 장면을 봤을 때 진짜 너무 무서웠던 것이 아직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 검은 사제들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한국 영화계에서 이 장르를 대중화시킨 건 2015년의 '검은 사제들'이겠죠. 당시에는 이 죽어가는 장르를 어떻게 한국 영화계에서 살려낼까 궁금해하며 봤는데, 정석적인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면서 장르의 재미를 잘 이끌어내서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강동원 씨의 팬이라서 더 좋았습니다.

 

영화 변신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그렇게 시작한 한국 구마 영화의 흐름이 이어져서 이번에 '변신'이라는 영화가 개봉을 하게 됐습니다. 곡성도 보러 가지 않은 접니다만, 어찌 연이 닿아서 '변신'은 보게 됐네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라든가 등장인물들의 연기 등은 딱히 나무랄 데가 없는 것 같고, 그 점 덕분에 한창 영화를 보던 중에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니, 참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르 영화의 특성상 원래 대중적인 재미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장르적 측면에서도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개연성이 없다는 겁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그냥 되는대로 흘러갑니다. 처음에 배성우 씨가 맡은 박중수 신부가 구마 의식을 실패하는데, 이때 악마가 신부의 가족들도 위협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결국 악마의 경고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기는 했으나, 이 부분이 이상합니다.

 

영화 스틸컷(출처: 네이버 영화)

주인공 가족들이 이사 간 집은 경매 매물로 나온 것인데, 이 매물은 원래부터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주인공 가족들이 이사 가기 전부터 하자가 있었다는 것인데, 스토리상 악마가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은 신부의 가족들을 위협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시간상 앞뒤가 맞지 않게 되는 것인데, 만약 이것이 전부 악마의 계략이었다고 한다면, 악마의 대적자인 하나님은 뭐하고 있는 거죠? 보통 하나님이 인간에게 시련을 주는 것은 인간이 역경을 넘어 성장하게 만들기 위함인데, 영화의 마지막에서 박중수 신부는 자신을 희생해서 결국 죽게 됩니다. 박중수 신부가 정신적 성장을 이뤄내 자기희생을 통한 승리라는 숭고한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영화 전개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으니 영화의 주제의식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우연히 이사 온 집 앞에 악마가 살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영화 전개를 따지는 것 자체가 넌센스니 그 전제는 제쳐놓죠.

 

영화 스틸컷(출처: 네이버 영화)

또한 둘째 딸은 왜 희생을 당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신부의 희생을 통해 나머지 가족들은 상처를 입기는 하지만 전부 살아남죠. 하지만 둘째 딸만은 죽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통해서 영화에서 대체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별 이유 없이 그냥 죽어요. 가족들이 다 같이 행동하지 않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죽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은 둘째 딸이 사라진 것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혹시 둘째 딸 역의 조이현 배우가 중도 하차해서 그냥 캐릭터도 날려버린 건가요?

 

영화 스틸컷(출처: 네이버 영화)

앞서 지적한 것과 겹치는 문제점도 있는데, 가족들이 모여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로 행동하면 위험한 것을 알기에 잠을 같이 자는데, 그 한 번 같이 잔 이후로 계속 개별행동을 합니다. 혹시 낮에는 악마가 행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하지만 영화 내에서 부연 설명이 없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개연성 외에도 공포의 표현 방식도 너무 진부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의 영화는 갑툭튀보다는 기괴하거나 기묘한 분위기를 통해서 관객의 심장을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변신'은 그냥 그냥 갑자기 큰 소리를 낸다거나 갑작스러운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공포를 주려 합니다. 어차피 관객들은 어디서 무서운 장면이 나올지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영화 구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점프 스케어도 아니면서 괜히 깜짝 놀래키려고 하는데, 결국 무섭기보다는 짜증만 나는 구성이 됐습니다.


요즘 영화관에서 보게 되는 영화들이 왠지는 모르겠는데, 배우들의 역량은 충분한데 그 역량을 영화가 다 깎아먹는 경우들만 보네요. 감독의 역량 부족 때문일 수도 있고, 줄거리의 부족함 때문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렇다고 그런 영화들이 연출이 부족한 건 또 아니라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좋은 영화 하나 만나기가 어렵네요.

한 줄 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르의 한계가 아니라 감독의 한계가 드러난 영화'

●●◐○○(2.5/5)


참고로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엔딩 크레딧 마지막에 '변신' 영화 제목 올라오면서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