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닥터 두리틀(2020) - 아동용 영화라고 변명하기에는 그냥 못 만든 영화

2020. 1. 15. 12:18후기&리뷰&소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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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저는 기대하는 영화가 개봉해도 바로 영화관에 가지 않는데, 이번에는 웬일로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바로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줄여서 '로다주' 주연의 '닥터 두리틀'입니다.

 

처음에 영화 예고편을 보자마자 '동물과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괴짜 의사의 좌충우돌 개그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로다주가 주연으로 나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아닌 영화는 '셜록 홈즈'와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이 있는데, 로다주 특유의 능글맞은 연기도 좋았고 다른 배우들과의 시너지나 영화 자체의 스토리도 준수해서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닥터 두리틀은 로다주의 부인인 수잔 다우니가 제작에 참가했고 로다주의 특성상 본인이 출연하는 영화 제작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기 때문에, 따라서 이 영화도 그런 영화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재미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이 잘못됐더군요.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코미디를 베이스로 하는 가족 영화입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하는 가족 영화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모험을 헤쳐나가면서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장르로, 인물들의 성장과 서로 간의 유대감 형성을 스토리에 잘 녹여 관객으로부터 자연스러운 감동을 이끌어내면서 중간중간 코미디를 넣어 영화의 템포를 조절하여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장르죠. 하지만 저는 닥터 두리틀이 그런 좋은 가족 영화에 포함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네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각 사건들을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영화상에서 나오는 장면 순서대로 항목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제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세세한 내용들과 영화상에서의 내용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관객이 아무도 웃지 않는 개그

- 머드플라이와 부하 간의 만담 장면

영화상에서 두리틀 일행과 머드플라이 간의 해상 추격신이 있는데, 추격신 동안 머드플라이가 옆의 부하와 만담을 합니다. 그런데 그 만담 내용이 머드플라이가 과장되게 말한 내용을 부하가 말 그대로 해석하여 지적하고 머드플라이가 화를 내는 내용인데, 정말 재미없더군요.

- 댑댑이 야채와 메스를 헷갈리는 장면

청설모 케빈의 수술 장면에서 오리 댑댑에게 두리틀이 메스를 달라고 하니까 댑댑이 계속 셀러리?와 당근을 두리틀에게 주려고 합니다. 아마 댑댑이 오리라서 머리가 나쁜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은데, 이 장면이 대충 넘어가면 모르겠는데 장장 20초 정도는 계속해서 메스! 셀러리! 메스! 셀러리! 메스! 당근! 메스! 셀러리! 메스! 셀러리! 이러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 답도 없는 콩트를 보면서 하품이 나옵니다.

- 두리틀이 일행들에게 여행을 포기하자고 하는 장면

머드플라이에게 일지를 뺏기고 배도 침몰당한 상황에서 다들 낙담해 있는데 두리틀이 모두에게 모이라고 합니다. 일행들은 두리틀이 뭔가 멋진 말을 할 거라고 기대하고 모이지만, 두리틀은 바로 포기하자고 말하죠. 사실 영화를 보면 너무 뻔히 예상 가능한 장면이다 보니, 당연히 웃기지도 않습니다. 동물들이 좀 더 개그를 살려보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개그는 운명한 상황입니다.

- 용의 방귀

용의 뱃속에서 잡동사니들을 꺼내다가 용이 방귀를 뀌는데, 용의 방귀 냄새가 엄청 심합니다. 정말 원초적인 개그 소재를 사용한 장면인데, 요즘 이런 소재에 웃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네요. 방귀신에도 한 10초 정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 각설탕 몇 개로 개미와 흥정하는 장면

몸집이 작은 동물은 스케일도 작은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제 와서는 너무 흔한 클리셰다 보니 재미없어요. 원본 소설에 있는 장면을 따 오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00년 전 소설에서의 내용을 뭐하러 그대로 갖다쓸 필요 있나 싶습니다.

- 머드플라이가 개과천선하는 듯한 장면

두리틀이 용의 브레스로부터 머드플라이를 구하고 나서 갑자기 머드플라이가 개과천선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더니 다음 장면에서 바로 부하를 제물로 바쳐 본인 목숨을 구하려고 하죠. 분명 이 장면은 개그를 노린 것도 같은데, 머드플라이가 개과천선하는 듯한 모습이 정말 얼척이 없어서, 바로 다음에 웃어야 할 장면에서 사람들이 웃지도 못할 정도로 연출이 엉성했습니다.

2. 쓸모없는 장면과 질질 끄는 장면의 남발

- 스터빈스와 동물들의 활극

스터빈스가 두리틀의 모험에 참가할 것은 정말 뻔히 예상 가능한 일인데, 괜히 그다음 도심에서의 기린 추격신을 위해 두리틀이 스터빈스를 차 버리더군요. 그렇다고 괜히 시간을 들여 빌드업을 한 기린 추격신이 재미있는 것도 아닙니다. 동물들의 재미있는 도심 추격신을 보고 싶다면 쿵푸팬더2를 보세요.

- 절벽 뒤로 잠입하나 금방 들킴

에덴나무가 있는 섬에서 머드플라이와 만나지 않기 위해서 가파른 절벽에 매달리는 등 험한 길을 가는 장면이 꽤 오래 나오는데, 그것이 아무 의미 없게 바로 머드플라이에게 잡힙니다.

- 여왕을 살리는 장면에서의 스터빈스의 활약

마지막까지 영화상에서 스터빈스가 한 게 없어서 굳이 넣은 장면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3. 개연성의 부족

- 용이 두리틀을 살려줌

아무리 용의 말을 할 줄 알고 소중한 사람을 읽은 고통을 공감한다지만, 그게 에덴나무를 지키는 용이 에덴나무를 노리고 온 두리틀을 살려줄 이유가 되나요?

- 두리틀의 장인이 갑자기 사위를 용서해줌

두리틀의 장인인 라술리는 두리틀이 자기 딸을 훔쳐갔다고 생각해서 두리틀을 엄청 싫어합니다. 그래서 재회하자마자 호랑이 밥으로 만들려고 하죠. 그런데 두리틀의 얘기를 숨어서 좀 듣더니, 바로 용서하고 살려주더군요. 애지중지하던 딸의 일지까지 두리틀 때문에 잃게 되었는데 말이죠. 억지 감동은 덤입니다.

- 왜 두리틀에게 여왕이 도움을 요청하는지 알 수 없음

원작에서는 어떻게 묘사됐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상에서 두리틀은 분명 수의사입니다. 그리고 두리틀과 여왕의 접점은 두리틀이 여왕의 개를 치료했다는 거죠. 뭐, 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두리틀과 여왕이 엄청 친한 것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건 다 넘어간다고 해도 여왕이 자기 죽을 것 같다고 수의사를 불러서 치료해달라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

- 두리틀이 에덴열매로만 여왕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함

본 적도 없는 장소에서 본 적도 없는 나무에 열리는 본 적도 없는 열매로만 고칠 수 있다는 건 뭔 소리죠? 병의 치료법을 모르는데 안다?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 에덴나무가 있는 섬이 너무 찾기 쉬움

지도에도 없는 섬을 찾아간다면서 일주일 만에 온갖 활극 다 벌이면서 나무배를 사용한 항해로 왕복해버리기~

- 여왕이 너무 젊음

영화 초반에 동화처럼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하고, 스터빈스가 근처에 사는 유명하고 이상한 두리틀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지도 못한 점, 두리틀의 외견 상의 나이 등을 보면 두리틀은 옛날에 유명했던 사람이고 오랫동안 칩거를 한 인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옛날에 여왕과 두리틀이 친분을 쌓았으니, 여왕이 적어도 중년 이상의 나이여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젊네요. 그냥 여왕은 뭣 모르던 어린 시절에 키우던 내 멍멍이를 두리틀이라는 착한 의사 선생님이 치료해 준 것 때문에 그렇게 신임하는 건가요?

- 스터빈스가 갑자기 동물 말을 하게 됨

주인공은 평범한 인물인 줄 알았지만 사실 재능충이라는, 전형적인 이세계물 같은 설정입니다.

- 동물 털 날리는데 수술해 버리기.

- 용을 한눈에 보자마자 문제점 파악하고 도와주기.

- 제2실권자에게 옆 사람이 자신의 무당벌레 예를 들면서 동물하고 말하는 게 뭐가 이상하냐고 반박.

이런 정도는 그냥 영화 자체가 저연령층 영화다 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4. 모든 장면에서 다음 장면이 예상 가능함

아마 100년 전 소설을 기반으로 해서 그런 것 같은데, 현대인의 시각으로 영화를 보면 스토리가 너무 평면적이고 참신함이 느껴지지 않으며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합니다. 대표적으로 바다에서 밧줄이 끊겼지만 두리틀은 멀쩡히 살아돌아옵니다. 잠수복 무게와 몸무게를 팔 힘으로만 지탱하는 건 덤이고요. 할 말은 많지만 줄이겠습니다.

5. 캐릭터 묘사가 부족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스토리의 빈약함을 메꾸기 위해서는 장면 장면의 임팩트와 캐릭터의 내면묘사를 통해 관객들이 각 상황이나 캐릭터들에 몰입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는데, 이 영화는 쓸데없는 캐릭터성만 소비할 뿐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결국 중요한 캐릭터가 하나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중요한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 머드플라이가 두리틀을 증오하는 이유를 알 수 없음

같이 학교 다닐 때 두리틀이 인기가 많아서인가요? 좋아하는 여자를 두리틀이 채가서? 마지막에 죽었으니 영영 미스터리겠군요.

- 암컷을 밝히는 잠자리

잠자리가 암컷 개미한테도 빠지고 앵무새 폴리한테도 빠지는 등 암컷이라면 종에 상관없이 아무한테나 작업을 겁니다. 그런 점 때문에 두리틀이 폴리에게 보낸 구원 요청을 까먹을 뻔하기도 하죠. 그런데 중요한 점은 안 까먹어요. 심지어 기억이 안 나는 것 때문에 개그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기억을 해내죠. 말 그대로 영화 내에서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 요소를 여러 장면을 소모해가면서까지 뭐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려고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잠자리는 마지막 크레딧 장면에서 안 나오는 걸로 봐서 용의 숨결에 타 죽었죠?

- 청설모 케빈의 나레이션

케빈이 중간중간 나레이션을 합니다. 그런데 말 그대로 재미있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나레이션들입니다.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와 같은 성격의 캐릭터를 넣으려고 한 것 같은데, 정작 케빈은 영화 내에서 활약이 1도 없어요. 하다못해 자기를 쏜 스터빈스와 화해를 하는 것 같은 캐릭터 디벨롭먼트도 없습니다.

- 타조 플림턴은 ADHD인가요?

플림턴은 영화 내에 꼭 한 명씩 있는 정신 사나운 동료입니다. 보통 이런 캐릭터들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활약하면서 관객의 호감을 이끌어내죠. 그런데 플림턴은 정신만 사납게 만들고 아무 일도 안 해요. 스타워즈의 자자 빙크스보다 더 급이 낮은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 원숭이 2마리의 역할이 없음

원숭이들이 계약서를 잘못 봐서 두리틀이 모험을 나가야 한다는 사달이 일어나지만, 그 이후로 영화에서 원숭이가 맡은 배역은 없습니다.

- 고래에 인사하는 머드플라이

머드플라이는 두리틀이 고래랑 친구 사이인 것도 알고 눈으로도 확인했으면서, 고래한테 손을 흔들 뿐 아무 경계도 하지 않습니다.

- 자벌레는 8음절로 말합니다.

그래서요?

- 감옥의 토끼 악당

대체 왜 등장한 캐릭터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해설역인가요?

여기서 한 가지 더 발생하는 의문점이, 라술리의 왕국에서는 동물들이 연회에 참가하거나 동물이 감옥에 갇혀있는데, 혹시 동물의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두리틀 외에 더 있는 것 아닌가요?

- 개 지프가 여왕 옆에 있는 이유가 없음

두리틀이 지프에게 여왕을 지키라고 말할 이후로 지프는 아무런 역할이 없습니다. 혹시 지포의 성우가 톰 홀랜드라서 배우 개런티를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출연을 없앤 건가요?

일단 이 정도만 생각나네요. 아마 영화를 다시 보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에 태클을 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원작을 보지 않았고, 비판할 때도 원작이 100년 전에 출판된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영화가 그 당시의 소설 이야기 그대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현대의 관점에 맞게 꽤나 각색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이 영화가 못 만들어진 이유에 대한 방패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그냥 초등학생 이하의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를 머리가 이미 다 굵은 성인이 봐서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연령층에게는 엉성한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고, 영화의 개그가 잘 먹힐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저는 로다주의 특색 있는 영화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 것이고, 본래 영화를 보기 전에 그 영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영화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가 잘못 평가한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못 만든 영화라는 평가는 바꿀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영화의 주제는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험을 통해서 서로의 필요성을 느끼고 유대감을 형성해서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성장하여 하나의 가족이 되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은데, 영화 연출상 그것이 관객에게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그런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의 내면 묘사에 할애를 하든가 캐릭터 간의 협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그런 것은 없이 정말 쓸데없는 장면들만 주구장창 나오다 보니 오히려 2시간이라는 상영 시간도 짧다고 생각될 정도로 내용이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개그신이라고 좋아야 하는데, 개그도 재미없으니 모든 장면이 쓸데없는 장면이 됩니다. 영화라는 매체 특성상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명을 하기에는 영화의 짜임새가 너무 허접하네요.

생각나는 대로 영화를 떠올리면서 너무 두서 없이 글을 썼기도 하고, 원작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써서 영화를 너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바람에 영화에 대해 안 좋게만 평가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이 있었다고 한다면 댓글로 지적해 주셔도 좋습니다.

참고로 쿠키 장면이 있는데, 어차피 그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영화관 불이 켜지지 않으니까 그냥 불 켜질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다가 쿠키 장면까지 보고 불 켜지면 그때 자리에서 일어나면 됩니다.

평점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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