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26. 00:03ㆍ잡담
주제 버리기
요즘은 글쓰기를 할 때 '주제 버리기'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제 버리기'란, 글을 쓰다가 굳이 쓸 필요 없는 얘기겠다거나 이 주제로는 좋은 글이 안 나오겠다 싶으면 글을 지우는 것을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글을 쓴 뒤에 검토 과정에서 불필요한 내용을 덜어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데요, 이건 글 자체를 버리는 것이니 글의 일부를 덜어내는 것의 상위 호환이랄까요?
하여튼 이게 생각보다 힘든데요, 왜냐하면 글의 일부를 덜어내는 것은 큰 줄기는 놔두고 세세한 부분을 다듬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글에 들인 제 노력이 완전히 날아가는 것은 아니라서 아쉽기는 해도 상대적으로 쉽게 덜어낼 수 있지만, 주제 자체를 덜어내는 것은 글 전체를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들인 노력이 완전히 날아가는 것이라서 미련이 더 크게 남기 때문이죠.
뭐, 실제로는 글 전체를 다 버리는 경우보다는, 대화할 때 화제 전환하는 것과 비슷하게, A라는 주제로 글을 시작했다가 글을 쓰다 보니 A와 관련된 B라는 주제가 더 소재로 다루기 좋을 것 같으면 A 비중을 줄이고 B 위주로 글을 다시 쓰는 것 같은 경우가 더 많지만요.
또한, 생각해 보면, 글은 버린다고 해도 주제 자체는 나중에 생각났을 때 다시 다룰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기에 아예 헛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해서 결론은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별다줄
'검수완박'이라는 단어가 뉴스에서 자주 보이길래 뭔가 싶어서 검색해 봤더니,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줄임말이더라고요...
유행어도 아니고 이게 뭔지...
직관적이고 빠른 의미 전달을 위해서는 적절히 말을 줄이는 것도 좋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다 잘라내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를 '인권위'라고 줄여서 말하는 경우는 그 말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훼손되지 않기에 괜찮지만, '중대범죄수사청'을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공수처' 이런 식으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식으로 줄이는 건 의미 전달이 중요한 공적인 분야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네요.
누구는 '말을 어렵게 하는 사람'은 '사기를 치려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이 경우 역시 뭔가를 눈속임하려는 건 아닐까 의심도 됩니다.
초식남
연애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남성을 지칭하는 말이죠.
저 역시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연애를 할 수 있다는 마인드지만, 좋은 사람을 찾으려고 적극적으로 시도는 하지 않으므로 초식남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본 기성세대들은 연애에 관심이 없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던데, 사랑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지금도 힘든데 연애라는 신경 써야 할 거리를 새롭게 만들고 싶지 않기도 하고, 애초에 외롭지가 않은데 어쩌겠어요.
확률상 이미 연애 세포가 죽어서 이러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귀차니즘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뭐, 넓은 집에 혼자 살거나 나이를 먹거나 하면 또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별생각이 없네요. 그냥 달달한 사랑 얘기를 보는 것 정도만으로도 만족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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