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

2021. 4. 30. 15:05후기&리뷰&소개/책

처음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었던 건 고등학교 때 논술 공부를 하던 때로 기억한다.

그 당시 경제학자라고 하면 대중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로 '장하준'님이 사회적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었는데,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그의 저서인 '사다리 걷어차기'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논술 공부에 있어 필수적인 도서로 꼽히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때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고 많이 충격을 받았는데, 왜냐하면 학교에서 경제 과목 시간에 배웠던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기반으로 자유주의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던 내용들을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어렸던 나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전적으로 '사실'만을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했지, 그 교과서를 만든 사람들의 '관점'에서 서술된다는 생각도 해본 적도 없었고, 그렇기에 나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린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문제는 그 당시 나는 수험생이었다는 것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든 말든 상관없이 교과서에서 서술하는 내용만이 가장 중요한데, 난감하게도 나는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외우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경제 수업이 끝날 때마다 매번 과목 담당 선생님께 질문 공세를 퍼부어서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쉬지 못하게 괴롭히곤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선생님 입장에서도 난감한 것이, 지금 당장 시험 문제에 나오는 것 외의 내용을 학생에게 가르친다면 학생에게 시험 정답과는 거리가 먼 내용을 주입해 시험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원론적인 대답만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 당시의 나는 의문점들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했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수능을 잘 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닥치고 암기해서 풀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때 열심히 공부한 것이 나름 괜찮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는지 경제학부에 진학을 했고, 고등학교 때 이해 가지 않았던 내용을 대학교 교수님들께 물을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해당 내용 전공으로 대학교에 진학한다는 건 대학교의 본래 목적을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적인 케이스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단순히 학구열만으로 진학한 것은 때때로 후회되기도 한다.)

하지만 교수님들 역시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신자유주의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부작용일 뿐이지, 신자유주의가 잘못돼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식의 원론적인 대답을 반복할 뿐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경제학의 주류는 미국에서 유학을 다녀온 신자유주의 학파이고, 대학 강단에 서 있는 교수님들 역시 그 이론을 위주로 자신의 논문을 발표하고 커리어를 쌓아온 분들이므로 신자유주의에 무조건 찬성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 당시의 나는 인간은 옳고 그른 것보다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도 이해 안 가는 것 중에 '비교우위'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각 생산 주체는 물건을 생산할 때 효율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 생산 주체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상대와 자신을 비교했을 때 비교우위를 가진 물건을 생산해서 자신이 생산한 물건을 상대가 생산한 물건과 교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내용이다.

이때 A가 B에 비해 모든 물건을 생산할 때 '절대 우위(생산할 때의 효율성이 높음)'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우위 이론에 의해 B는 A에 대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상품이 있기 때문에 교역이 이루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현실에서 무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 글에서는 생략하고) 내가 저 비교우위 개념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은, 비교우위를 따라 물건을 생산하면 이전의 상태보다 전체적으로 생산되는 물건의 총량이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각 주체가 생산하는 물건이 지닌 가치가 과연 단순히 이론적 관점에서 본 그대로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반도체에서 비교우위가 있고, 베트남은 쌀에서 비교우위가 있다고 가정하자. 비교우위 개념 하에서는 베트남은 모든 생산력을 쌀 생산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베트남 정부가 그런 정책을 시행한다면 베트남 국민들에게서 고운 소리를 듣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산업의 중심이 변화하면서 3·4차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가치는 점점 상승하지만, 1차 산업의 상품인 쌀은 그 가치가 점점 하락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옛날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던 가발이나 옷을 지금까지 계속 생산하고 있었다면, 반도체 대신 중공업에만 계속 집중하고 있었다면, 과연 지금의 전 세계 경제 순위 10위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물론 이것은 러프하게만 생각한 것이고, 단순히 학부를 졸업한 수준에 불과한 나로서는 미처 모르는 지식이 많으므로 잘못 판단한 결과일 확률이 거의 100%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사회가 돌아가는 꼬라지를 봐서는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기존 주류 세력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대중에게 주입시킨 통치 수단 중 하나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정교한 규칙과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지만, 게임스탑 사태처럼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모습, 카를로스 곤 사태와 같은 문명사회의 규칙을 무시하는 국가의 모습, 대량학살을 방조하고 돈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세계기구들의 모습 같은 것을 보면, 신자유주의란 단지 기본 근간부터 잘못된 허상에 불과해 보인다.

혹자는 이론적인 관점에서 신자유주의는 가장 발전된 사회 제도이며 현실에서의 모습은 진짜 신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지금은 망한 공산주의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냐고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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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대해 예전에 학생들이 쓴 독후감을 보고 쓰게 된 것인데요, 옛날에 읽어 기억도 잘 안 나는 책 내용을 되새김질하다가 떠오른 내용을 그냥 쓴 것이기 때문에 책 내용과는 많이 거리가 있을 겁니다.

또한 소양 면에서도 아마추어도 안 되는 사람이 검토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휘갈긴 것이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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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가 한 말들은 잊어버리시고,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사다리 걷어차기가 처음 출판된 지 10년도 더 돼서 새로운 내용을 담아 재판됐다고 하니까, 직접 책으로 확인해 보세요.

개인적으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본 개념 때문에 비교우위 등의 경제 문제를 풀 때마다 문제를 단순히 문제로 못 받아들여 풀이에 항상 곤란을 겪었기에 사탐에서 경제를 선택한 수험생에게는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원론적인 내용까지 이해하려고 해서 괜히 머리 복잡하게 하기보다는 단순 암기로 푸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