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리뷰] 오메가 트라이브 + 오메가 트라이브 킹덤 完

2020. 8. 14. 21:23후기&리뷰&소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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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트라이브 킹덤 1
국내도서
저자 : TAMAI Yukio
출판 : 대원씨아이(만화/잡지) 200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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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트라이브'는 2000년대에 일본에서 연재된 '타마이 유키오(玉井雪雄)'의 만화로, 1부 '오메가 트라이브' 14권, 2부 '오메가 트라이브 킹덤' 11권, 전 25권으로 완결된 만화입니다.

 

'종의 진화'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기반으로 주인공 '하루'의 내면적 갈등과 성장을 그리면서 만화가 전개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더니, 결과적으로 종의 진화를 위해 등장인물들이 노력한 것은 아무 의미 없다고 작품의 주제 자체를 부정하는 어이없는 결말로 끝이 나는 만화입니다.

 

이전 진화 전쟁에서 승리한 종족이 현생인류가 되었다는 설정

사실은 '오메가 트라이브'의 연재처에서 고료가 안 나오는 작품을 연재중단시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소드마스터야마토식 결말을 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실제로 만화 제일 처음 부분과 마지막 부분이 수미상관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작가는 처음부터 작품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설정해 두고 만화를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작가 입장에서는 이미 완성된 스토리가 어른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엉망이 되었다고 변명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장면 외에도 주인공이 순간적으로 미래를 보는 장면에서도 작가가 전체적인 스토리 구상을 이미 해놓았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오메가 트라이브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그림체가 아닌 극화체로 만화가 그려져 있으며, 초반의 그림 수준도 성공적으로 극화체를 선보인 다른 만화들에 비하면 엉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만화, 즉 출하당하기 쉬운 만화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만화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작가가 이런 부분을 반드시 극복했어야 합니다.

 

그림체가 이미 하나의 진입장벽

예를 들어, 그림에서 발생하는 진입장벽을 주제의 참신함과 내용의 밀도로 메워 모든 사람들에게 먹히는 작품은 아니더라도 코어 팬을 형성하는 방식의 노선을 타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 만화의 작가는 그러한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분명 큰 줄기는 처음부터 구상된 상태였겠지만...

오메가 트라이브를 보다 보면 플롯의 허술함이 너무 자주 눈에 띄는데, 이는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의미 없는 복선이라든가, 중요 설정을 독자에게 설명 없이 대충 넘어가는 방식, 인물의 등장과 퇴장이 부자연스러운 경우 등 플롯 홀(Plot Hole, 설정 구멍)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에서 작가의 역량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모자라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이야기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삭제되는 경우가 잦아서 독자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한 장면들이 많다.

심지어 주인공의 내면의 성장과 사회 부적응자들이 주류 사회를 개혁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전개되던 스토리도,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주 내용이 단순한 초능력대전을 위주로 흘러가게 되면서 '종의 진화'라는 만화의 주제의식조차 흔들리게 될 정도인데요, 이는 명백히 작가가 본인의 역량을 넘어선 것을 작품의 주제로 설정하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오메가 트라이브의 주제 중 하나 '사회부적응자가 사회를 진보시킨다.'. 그런데 과연 만화는 그것을 잘 설명하고 있을까?

아예 2부로 넘어가면서는 군국주의나 욱일제국, 쇄국정책 같은 개념들이 대놓고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애초에 작품의 기반이 되는 주제 자체가 일종의 우생학 비슷한 개념 중심으로 전개되며, 아직 개념이 잡히지 않은 청소년이 읽으면 위험한 소재를 다루기는 했어도 그나마 초반에는 이를 절제했다면, 내용이 전개될수록 자극적인 소재만을 사용하며 스토리는 점점 막장을 달리게 됩니다.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정당화하는 개념이 등장하지를 않나, 일본 총리가 (여러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핵미사일에 올라타고(?!) 다니기도 한다.

물론 그 막장 내용을 잘 풀어낼 수 있었다면 이 만화는 명작이 됐겠지만, 주역들이 온 힘을 다해서 성공시킨 '축제'는 마지막에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고, 자식은 부모를 죽이고, 고등 생물 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생식 방법인 무성생식이라는 방식이 종족 전쟁에서 승리하고, 승리한 종족은 유전자의 다양성이 없어 전염병으로 절멸해버리고, 결국 모든 사회가 무너져내리고 원시 사회로 회귀하는 등 작품 내의 모든 주제가 흐지부지됩니다.

 

부모는 아이를 죽이지 않고 아이는 부모를 죽이지 않는다는 모토와는 반대로 주인공은 자식에게 죽임을 당한다.

혹시 이 책의 주제를 아예 인간의 모든 행동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허무주의적 주제라고 해석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앞 문단에서 얘기한 모든 내용들이 마지막 권에서 급전개되는 내용이며, 마지막 권에서도 서로 상반되는 주제의 내용들이 혼재하므로 그런 해석은 무리라고 말하고 싶네요.

 

작품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도 설파되는 '일본' 오메가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 중요한 건 '어떤'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지?

어쩌면 크고 작은 설정 구멍이 존재하더라도 어떤 작품의 큰 주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유지된다면 그 작품은 명작은 아니더라도 수작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메가 트라이브는 단순히 초능력배틀물 노선을 따라가서 주제의 참신함도 잃어버리고, 작품 내에서 일관적으로 유지된 주제가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평작이라고 평하기도 아쉬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의 상쾌한 표정을 바라보는 독자의 표정은 분명 주인공의 표정과 정반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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