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사채꾼 우시지마 完

2020. 6. 24. 15:15후기&리뷰&소개/책

※ 스포 주의 ※

 

'사채'를 소재로 하는 만화 '사채꾼 우시지마'가 15년 넘은 연재 끝에 2019년에 46권으로 완결됐습니다. '사채꾼 우시지마'는 불법 사채업을 하는 주인공 '우시지마 카오루'를 중심으로 사채에 빠지는 막장인생들과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에서 타인을 착취하는 악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만화입니다.

 

특이하게도 이 만화는 '피카레스크' 장르의 작품으로, 그 장르 특성상 이 만화의 주인공인 우시지마는 선역이 아니라 악역입니다.

 

얼핏 보면 우시지마는 나름의 신념을 가진 안티 히어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는 탐욕을 절제하지 못하는 소위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사채를 하고, 때로는 정말 못된 악당을 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기에 독자는 우시지마의 행동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받을 수 있으며, 거기서 나아가 그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그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기까지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선한 인물이 아닙니다. 우시지마는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은 단지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신념일 뿐, 다른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작중에서 그는 사기나 교사, 인신매매 등 여러 악질적인 범죄를 주저 없이 저지르며, 심지어 살인마저 서슴지 않습니다. 그가 죽이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 법으로도 사형을 면할 수 없을 정도의 악질 범죄자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푼돈을 갚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시당했다는 이유로 보통 사람을 죽이는 그를 변호할 여지는 하나도 없습니다.

 

우시지마가 일반인을 건드리지 않는 것은 그가 철저히 법망을 피해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일 뿐, 만약 법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누구든지 파멸시킬 수 있는 자입니다.

 

이렇듯 우시지마는 철저한 악역입니다. 아마 작가 마나베 쇼헤이는 만화의 주인공을 독자가 몰입은 할 수 있더라도 공감하기는 어려운 캐릭터로 만들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최대한 어필하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 이 만화를 보고 있다보면 독자는 필연적으로 불쾌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꽤 리얼하면서도 어딘가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는 인물 묘사라든가,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이 만화는 독자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경쾌한 활극이나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사채꾼 우시지마'는 별로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만화에 가깝기 때문이죠.

 

이는 마치 영화 '조커'를 보면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차라리 '사채꾼 우시지마'와 비슷한 소재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만화 '검은사기'나 드라마 '쩐의 전쟁' 같은 작품들을 보는 걸 추천합니다. 다만 그런 작품들은 대개 현실을 상당히 왜곡시켜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보고 사채업이나 사기 따위에 환상을 가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사채꾼 우시지마'에서는 독자들이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환기시켜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아무리 안티 히어로처럼 악당들을 짓밟고 다닌다 하더라도 주인공 역시 불법을 자행하는 범죄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 만화에서는 계속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만화는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일까요? 사회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아직 사회의 냉혹한 점을 잘 몰라서 사채 수법에 쉽게 당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사채꾼 우시지마'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사채 수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이자'라든가 '꺾기' 같은 수법을 미리 알면, 혹시라도 사채의 늪에 빠진다고 해도 조금은 지혜롭게 헤쳐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죠.

 

사채꾼 우시지마 46 (완결)
국내도서
저자 : 마나베 쇼헤이(MANABE Shohei)
출판 : 대원씨아이(만화/잡지)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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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만화를 처음 본 게 아마 10여 년 전인 것 같은데, 보면서 기분이 찝찝해서 끝까지 다 읽을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만화 특유의 음울한 매력 때문에 매번 생각이 날 때마다 다시 찾아보곤 했죠.

이번에도 친구와 함께 만화방에 들렀는데, 또 이 만화가 생각이 나더군요. 책 제목이 '사기꾼 우시지마'가 아니었나 헷갈렸지만, 만화방 아저씨가 바로 알아듣고 찾아주시더군요. 그렇게 신나서 읽었는데, 어느새 만화가 완결이 난 상태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 우시지마가 자신의 사업을 방해하는 상대들을 다 물리쳤지만, 결국 별것 아닌 일로 칼에 찔려 허무하게 죽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이런 허무한 결말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것이 최선의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영화 '킹스맨' 1편이 B급 감성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해리'가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바로 사망한 것이라는 리뷰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처럼 우시지마가 죽은 이유 역시 저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봅니다.

해리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일종의 최면에 빠져 살인을 저질렀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한 대가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반면 우시지마는 자신이 악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시지마는 작품이 완결성을 지니기 위해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그가 죽지 않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만화의 주제의식이 어긋나게 됩니다.

우시지마가 만약 음지가 아닌 양지의 인간이었다면 칼에 찔려도 급소에 찔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가서 살 수 있었겠죠. 혹은 불법 추심을 하러 가지 않았다면 칼에 찔리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 아예 남의 인생을 낭떠러지에서 밀어버리는 인생을 살지 않는다면 그런 일 자체에 휘말릴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우시지마가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고, 그가 의미 없는 최후를 맞이하더라도 그것은 그가 쌓아온 업보일 뿐입니다.

자신의 행동은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고, 그 결과는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남의 삶을 착취하며 사는 사람은 결국 자신 역시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작가 '마나베 쇼헤이'가 독자에게 어떻게든지 전달하고자 하는 간곡한 메시지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