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31. 00:06ㆍ후기&리뷰&소개/책
'시하루 제네시스'는 성경을 패러디한 6권짜리 완결 만화로, '꼬마마녀 토르테' 등의 만화를 그린 '콘도 루루루'의 작품입니다.
얼핏 보면 귀여운 그림체의 아동·소년·소녀용 일상 코미디 장르 만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단순히 귀여운 그림체의 캐릭터들에 속아 입문하면 큰코다칠 수 있는 만화입니다.
일단 천사와 악마 간의 해묵은 갈등이라는 시리어스한 소재를 메인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만화 초반만 보면 단순히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지 못한 주인공을 보는 일종의 착각물+귀여운 여중생들이 등장하는 학원물 정도의 느낌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몇몇 고어한 장면도 그런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지도 않기에 대부분의 독자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만화를 읽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2권 후반부부터는 장르가 갑자기 배틀물로 전환되는데요, 처음부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 기본 설정이다 보니 이 정도의 장르 변화는 독자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전개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후반부에 들어서면 스토리가 급전개되더니 뜬금없이 데빌맨이 돼버린다는 겁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아마도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만화를 급하게 완결 지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데빌맨 전개로 내용을 급마무리한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루시퍼의 배신 이유, 야훼의 속내 같은 떡밥이나 데빌맨 전개 바로 전에 전개되던 내용들을 보면 원래 6권으로 완결을 낼 생각이었던 만화가 아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좋은 작품이 급완결 났다고 옹호해 주기에는 무리가 있는데요, 왜냐하면 급작스러운 완결로 인해 생긴 설정 구멍이라고 커버하기에는 만화 자체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중 급박한 내용 전개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에게서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아 독자가 작중 상황에 이입하는 것을 만화가 방해한다거나, 아예 작가의 말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전생의 기억을 가진 천사나 악마의 환생이지만 행동은 어째서인지 중학생 여자아이이므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해달라고 변명까지 하는데, 결국 작품 전개에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 그냥 머리를 비우고 캐릭터의 매력 위주로 만화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괜찮게 뽑혔다고 해도 전체적인 내용의 퀄리티나 흡입력이 전무한 수준이다 보니, 결국 인기 없어서 출하당해도 딱히 할 말 없는 작품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이 만화를 본 이유는 천사에 의해 소녀들이 처녀잉태를 당하는 짤을 봐서입니다. 커피우유신화 번외편에서 나오는 것처럼 진짜 빔을 쏘는 건 아니지만, 진정한 임신공격에 감동해서 만화를 찾아보게 되었죠.
그렇지만 이 부분 외에는 별로 임팩트 있는 장면도 없고 내용상 딱히 추천할만한 만화도 아닙니다. 그래도 시하루 제네시스가 우리나라에서 정발된 책이 아니기에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하면 볼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세요. 단, 번역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다는 점은 감안하고 보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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