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게 이야기

2020. 7. 4. 22:11지식&정보&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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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의 일이다

일 없이 노니며 남 참견하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는 이첨지가

바다 마을을 배회하다 어부 하나를 발견하고 시비라도 틀 참으로 다가갔는데

마침 대나무 망태기가 옆에 보이는 것이 아닌가

대나무 망태기안에 게가 가득인데 뚜껑이 없다

"여보, 이 안에 게가 전부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도망이라도 치면 어쩌려고 뚜껑을 덮어놓지 않는단 말인가."

그러자 어부가 말하기를

"당체 조선 게라는 것들은 자기 몸 상하는 것 보다 남 잘 되는 것이 더 걱정인지라,

한 놈이 망태기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다른 놈들이 힘을 합쳐 끌어내립니다.

무슨 뚜껑이 필요하겠습니까."

라 하였다.

그러자 이첨지는

"과연 조선 땅에서는 게나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구나!"

감탄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tock_new&no=6675800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선 게 이야기'는 소위 '주갤문학'이라 불리는 디시인사이드 주식 갤러리 발 창작글입니다.

 

https://www.dogdrip.net/dogdrip/239547874

저 글이 진실이 아닌 거짓인 이유는 위의 반박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다만, 제 생각은 위의 반박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 저 '조선 게 이야기'는 일제가 퍼트린 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주식 갤러리에서 처음 쓰인 글 이전에는 찾을 수 없는 내용인 것으로 봐서, 아마 해당 글은 그냥 주식 갤러리의 한 유동닉이 재미로 적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m.clien.net/service/board/park/9697074?

거기에 '비정상회담'에서 '멕시코 게(Mexican Crabs)' 일화가 나온 적도 있고, 구글에 'Mexican Crabs'라고 치면 같은 이야기가 많이 검색되는 것으로 봐서, 해당 이야기 자체도 그 글쓴이가 완전히 창작한 것이 아니라 멕시코의 민담을 우리나라 식으로 번안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혹자는 옛날 민담이나 설화 등을 주제로 하는 '유승진' 작가의 만화 '해동총화'에서 이 이야기가 다뤄지기 때문에 있었던 이야기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해동총화'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다룬 만화가 아닙니다. 해당 만화는 실제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에피소드들을 전개하지도 하지만, 작가의 창작이거나 출처가 불확실한 이야기들을 다루기도 합니다. '해동총화'는 실제 있었던 책의 내용을 만화로 풀어낸 것이 아니라 '유승진' 작가의 창작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조선 게 이야기'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실에서 '조선 게'와 마찬가지로 남을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행동을 자주 보기 때문이겠죠.

저 역시 '조선 게 이야기' 내용 자체는 공감이 갑니다만, 해당 이야기는 허구에 불과한데도 이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의 국민성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는 식으로 자국 혐오를 유발하려고 선날승과 주작을 일삼는 사람들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할까 봐 이 글을 씁니다.

혹시 해서 말하는데,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질투를 하지 않는다거나 남을 끌어내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우리나라에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그렇지만 '멕시코 게'나 '샤덴프로이데'와 같은 것들로 보아 외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동일한 속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이것을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만국 공통의 속성이라는 것을 인정하자고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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