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고찰] 현질(과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2

2020. 5. 21. 16:26게임/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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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고찰] 현질(과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1

'현질'이란 '게임 속 요소를 현실의 돈으로 구매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동의어로 '과금'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실 '과금'은 게임사 측에서 '요금을 부과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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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시간에 현질을 유도하는 게임계와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게임은 다른 유흥거리에 비해서 그 역사가 짧습니다.(여기서 말하는 게임은 당연히 체스나 바둑 같은 것이 아닌 스크린을 필요로 하는 전자오락의 형태를 가진 게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옛날에 비해 게이머 연령대가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류 게임 소비 계층은 10-30대입니다.

문제는 이 나이대의 구매력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돈이 없습니다.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 당장 돈도 없는데,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안 좋은 게임이라는 대상에 돈을 쓰기는 꺼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무과금전사가 됩니다.

그런 그들에게 유료 상품의 심리적 장벽은 매우 높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사 측에서는 그들을 유도하기 위해 유료가 아닌 게임을 만들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사는 땅 파서 장사할 수 없죠. 그들 역시 기업이기에 돈을 벌어야 하고, 이 상황에서 가장 유효한 방법이 바로 부분 유료화인 것입니다.


혹자는 잘 만든 게임이라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게이머들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구매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AAA 게임'이라고 불리는 대작 게임들의 가격은 정체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한 해를 풍미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북미 가격은 59.99달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격대는 십여 년 전과 비교해도 변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가격이 게이머들의 심리적 한계에 가장 근접하여 게임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올리기 가장 적절한 가격대이기 때문입니다. '상대 제품보다 우리 제품이 더 싸다'라는 생산자 간 가격 경쟁이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게임 가격 자체를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문제는 게임 패키지 하나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게이머들의 눈은 점점 높아지고 퀄리티에 대한 요구 컷은 점점 높아만 간다는 것입니다. 게임의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서 게임 생산에 드는 비용은 점점 높아지는데, 그 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어렵기만 합니다. 게임을 수요하는 인구수가 증가하고 게임 패키지 유통 가격은 온라인으로 0에 수렴하기 때문에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명백히 한계가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게임사들은 DLC의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한 패키지에 20만 원인 게임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높은 가격에 미리 거부감을 가질 것이지만, 그것을 6+6+6+6 식으로 4조각으로 나눠 팔면 총 가격은 24만 원으로 종전보다 더 가격이 높아도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갖는 심리적 장벽은 훨씬 낮아질 것입니다.

 

https://youtu.be/nj_IlWwhJcE

물론 게이머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의자를 팔면서 팔걸이와 등받이 등의 부품은 따로 파는 것과 같은 식의 패키지 게임들의 극단적인 DLC 의존성에 대해 많은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미지가 중요한 AAA 게임들 입장에서 이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게임 시장은 대형 게임사 외에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되었습니다. 아니, 대형 게임사도 게임 한 번 잘못 내면 회사 존립이 문제가 될 정도로 그것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결국 게임사들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처럼 패키지 게임을 낼 것이냐, 부분 유료화 게임을 낼 것이냐. 물론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후자를 선택합니다. 부분 유료화가 심해지면 욕을 먹는다는 점은 DLC와 동일하지만, 적어도 겉보기에는 무료라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없어 유저를 쉽게 유입시킬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뽑아낼 수도 있죠.


문제는 게임 산업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일단 시장 논리 하에서 생산자인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게임에는 관심 없고 돈의 논리에만 해박한 경영진들이 게임에 개입하고 건전한 형태의 부분 유료화는 P2W로 변질됩니다. (관점에 따라 P2W은 물질적인 여유가 있는 대신 시간이 없는 게이머들에게는 좋은 모델일 수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계층이기 때문에 이것은 게이머들 간의 차별을 유도하고 박탈감을 발생시켜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자가 성숙하지 못했다면 반대로 소비자들이 성숙해야 하는데, 소비자인 게이머들 역시 성숙하려면 멀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게임 주류 소비 계층은 여전히 10-30대로, 구매력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정신 연령 역시 어린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이 P2W의 논리에 매몰되면 게이머들이 힘을 합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데, 그 게이머들도 나중 일은 신경도 안 쓰고 당장의 이익만 추구할 뿐인 실제 사례가 참 많습니다.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233775

 

'욕 안먹는 과금'에 대한 짧은 생각

비즈니스 모델. 줄여서 BM. 게임업계에서는 언제나 논란이 되는 단어다. 오죽하면, 개발사 인터뷰를 나설 때 BM에 관해 질문할지 말지 고민해야 할 정도다. 게이머들이야 궁금해할 수도 있으나, ��

www.inven.co.kr

아무리 얘기를 하더라도 양 진영의 골은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게임사들은 성숙하지 못하여 돈만을 추구하고, 그것을 비판하는 게이머들 역시 아직 성숙하지 못하여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공짜로 플레이하는 것을 원합니다. 서로가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하는데, 양쪽 다 '더! 더!'만을 외치는 와중에 게임 산업은 점점 낭떠러지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게임 산업 외부에서도 게임을 질병화시킨다는 둥 하면서 게임 산업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곤 하는데요, 그나마 처음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는 게임개발자들이 게임계의 건전한 발전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하지만, 쉽게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히고 순응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돈'이라는 것은 쉽게 절충안을 찾아 합의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닙니다. 다만 게임 산업 규모가 점점 커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담론이 형성되고 다 같이 노력했어야 했는데, 모든 이들이 각자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했을 뿐 대의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 바로 게임 산업의 불행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이미 글을 두 개로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네요. 3편에서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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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고찰] 현질(과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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