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3. 12:16ㆍ잡담
※주의※ 이 글에는 사마귀와 티눈의 사진이 포함돼 있으므로, 사람에 따라서는 비위가 상할 수 있음.
처음 그것을 본 것은 중2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발톱을 깎다가 오른쪽 발바닥 한가운데에 이물감이 느껴져서 눈치챘던 것 같다. 부모님께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티눈이라고 하길래, 약국에서 '성광티눈액'을 사서 발랐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티눈이 아니라 사마귀라는 것을. 사실 사마귀나 티눈이나 기본적인 처치 방법은 다르지 않고, 성광티눈액 제품 겉면에 쓰여있듯이 그 제품은 두 경우 전부 사용 가능한 제품이기 때문에 처음에 잘 처리했으면 그렇게 오래 사마귀에 시달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는 사마귀와 티눈을 구별하는 정보도 아직 인터넷에서 찾기 어려웠고, 약국에서도 사마귀나 티눈이나 그냥 같은 방법으로 처치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필자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 결과 10년 넘게 사마귀에 시달리게 되었다.
처음 티눈액을 사 와서 한 일은 티눈액을 사마귀에 발랐다가 조금 기다렸다가 하얗게 굳으면 손톱깎이로 잘라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마귀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 섣불리 손톱깎이로 사마귀를 제거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병변이 더 커지거나 다른 곳으로 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내가 바로 딱 그꼴이었다.
위는 티눈과 사마귀의 외관상 예시이다. 예시에서 보다시피 가운데에 핵이 하나 든 형태의 티눈과는 다르게 사마귀는 병변 부위에 모세혈관이 집중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런데 티눈액을 바르고 겉을 조금씩 깎아내는 식으로 이것을 제거하려다 보니,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피가 나오게 되고, 피가 나온 자리에 티눈액을 바르면 아파서 그 상태로 며칠 기다리고, 다시 같은 짓을 반복하곤 했다.
결국 시간만 흐르고 사마귀는 점점 커져갔다. 설상가상으로, 단순히 지속적인 자극으로 인해 각질이 증식한 티눈과는 다르게 사마귀는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서, 사마귀가 다른 신체 부위들로 점점 퍼져나갔다.
특히, 예전의 나는 손거스러미를 억지로 떼려고 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러면 거스러미가 점점 커져서 이를 손톱깎이로 제거하곤 했다. 그런데 사마귀는 바이러스성 질병의 일종이다 보니, 사마귀를 깎아낸 손톱깎이를 사용하여 거스러미를 자를 때 침투한 것이다! 그래서 고2 정도 되니 양손 양발 모두에 사마귀가 두세 개씩 자리 잡게 되었다.
이렇게 퍼지기 전에 미리 원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제거를 했어야 했지만, 당시에 필자는 수험생이었고 수술로 사마귀를 제거하고 싶어도 수능만 치고 하자는 부모님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담으로 이때 손에 보기 좋지 않은 것이 생기니 남들 앞에서 손을 자신 있게 사용하지 못하고 성격이 점점 소심해지게 되었다.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라면 상관없었겠지만, 불행히도 필자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옛날의 필자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자식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청소년기에 겪은 안 좋은 일들은 아무리 사소해도 그 후유증은 아주 오래간다.
수능을 치고 대학을 들어갔지만 여전히 사마귀는 그대로였다. 사마귀가 전염되는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악수 한 번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고, 그 때문에 대학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영장이 나왔고 더 이상 사마귀 제거를 미룰 수는 없었다. 특이하게도 필자는 사마귀가 난 부위가 아프다거나 전혀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오래 사마귀를 달고 살았지만, 군대에서 행군을 하다가 사마귀가 아파질 수도 있거나 사마귀 때문에 예상 못 한 트러블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술로 단번에 사마귀를 제거하기로 했다.
그래서 방학에 수술을 하고 2주 동안 양손과 왼쪽 발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오른쪽 발에 최초로 생긴 가장 큰 사마귀가 남아있었지만, 그것까지 제거했다간 혼자 움직이는 것도 무리여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때 제거한 사마귀들은 전부 잘 제거됐다. 사마귀는 수술로 제거해도 동일한 위치에 잘 재발하는 질병인데, 몇 개가 재발하는 것도 같았으나 티눈액으로 한두 번 조치를 취해주니 더 이상 증상이 없었다.
오른쪽 발에 큰 사마귀를 달고 군대를 가기는 했지만 별 트러블 없이 전역까지 했고, 전역하자마자 바로 수술로 그 녀석을 제거했고, 이때 완전히 사마귀를 물리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자 다시 사마귀 몇 개가 재발했다. 관련 지식이 없는 다른 사람이 사마귀에 걸린다면 일찌감치 병원에 가보라고 말했겠지만, 이번에는 사마귀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다시 성광티눈액을 샀다.(처음 사용할 때 효과를 못 봐서 신뢰도가 낮았지만, 어떤 약국을 가도 10년째 이것만 추천해 주는 것을 봐서 이 제품 이상 가는 제품이 없는 것 같다.)
이번에는 전처럼 티눈액이 굳자마자 떼지 않고, 며칠 동안 여러 번 티눈액을 발라서 굳어진 살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때만 그것을 제거했다. 뗄 때도 절대 손톱깎이를 사용하지 않고, 손톱으로만 긁어서 떼어냈다.
그렇게 몇 번 제거하다 보면 슬슬 피부가 얇아지는 시점이 오는데, 그러면 티눈액을 생살에 발라선지 그 부위가 아파진다. 그러면 며칠 동안 쉬다가 다시 티눈액을 바르고 같은 방식을 반복했다. 이것을 3번 정도 반복하니 사마귀가 완전히 제거됐다!
그 이후로 몇 달이 지났지만 더 이상 티눈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는 정말로 사마귀에서 해방된 것 같다. 만약 재발하더라도 이제는 직접 제거할 수 있을 테니 크게 문제 될 것도 없겠고.
이렇게 개인 기록 겸, 사마귀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까 해서 필자의 경험을 적어 보았다. 하지만 결국 사람마다 체질과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필자의 경험을 따라 했다고 해서 반드시 사마귀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장담은 할 수 없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는 반생 가까이 사마귀 때문에 손발이 지저분하게 살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깨끗한 손발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정말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사마귀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도 꼭 이 지긋지긋한 놈에게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바이다.
참고로 필자가 사마귀 제거 수술을 한 병원은 남성역 근처의 '다미의원피부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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