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사고

2020. 1. 22. 09:26지식&정보&저장

반응형
1984
국내도서
저자 : 조지 오웰(George Orwell) / 김기혁역
출판 : 문학동네 2010.02.22
상세보기

'이중사고'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두 가지의 상반된 내용을 동시에 받아들이게 만드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만약 당이 과거에까지 그 손을 뻗쳐 이런저런 사건을 들먹이며 "그런 일은 절대로 없었단 말이야"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고문이나 죽음보다도 훨씬 더 무서운 일일 것이다.

...

그 지식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오직 그 자신의 의식 속에, 그것도 잘못하면 금방 없어져버릴 그의 의식 속에 존재할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당이 강요하는 거짓말들을 받아들이고, 또 모든 기록들이 같은 소리를 말한다면 그 거짓말은 역사가 되고 진실이 될 것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라고 당의 슬로건은 말한다. 그렇지만 과거는 본질적으로 변경될 수 있는 것임에도 결코 변경된 일이 없었다. 지금 진실한 것은 영원한 과거로부터 영원한 미래에까지 진실하다. 그것은 아주 간단한 진리이다. 필요한 것은 모두가 자신의 기억을 한없이 짓밟아버리는 것뿐이다. 그네들은 그것을 '현실 통제'라고 불렀다. 신어로는 '이중사고'이다.

...

알면서 모른다는 것, 완전한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반면 교묘하게 꾸며진 거짓말을 한다는 것,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 모순되는 줄 알면서 그 두 가지를 다 믿는다는 것, 논리를 전개해서 논리를 반대하는 것, 도덕을 주장하면서 그것을 거부하는 것,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고 믿으면서 당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믿는 것, 잊어버릴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이고 잊어버리고 필요한 때는 재차 기억 속에 끌어들였다가 다음에 다시 잽싸게 잊어버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 자체에다 그와 똑같은 과정을 적용하는 것, 이런 것들은 지극히 불가사의한 무엇이었다. 의식적으로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들고 그다음엔 다시 자신이 했던 최면 상태의 행동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 '이중사고'한 말을 이해하는 데도 이중사고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47-49p

그에게 요구하는 수많은 신념과 처신은 절대로 분명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가령 그것을 밝혀놓는다면 영사에 눌어붙은 모순된 것들이 훤히 드러날 것이다. 만약 그가 타고는 정통파(신어로는 선심자善心者)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무엇이 진정한 신념이며 바람직한 감정인가를 생각하지 않고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신어 '죄중지(罪中止)' '흑백' '이중사고'를 중심으로 구분되어 어렸을 때부터 행해진 면밀한 정신 훈련은 어떠한 경우에도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의욕과 능력을 일으키지 못하게 만든다.

...

어린아이들에게도 가르칠 수 있는 훈련의 초보적인 첫 단계를 신어로 '죄중지'라고 하는데, 그것은 어떤 위험한 생각이 생기려는 찰나에 본능처럼 금방 그 생각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그것은 비슷한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논리적 과오를 깨닫지 못하고, 영사에 해롭다면 아무리 간단한 논증이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이단적 방향으로 이끌릴 법한 일련의 사고가 나오면 넌더리를 내면서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죄중지'란 요컨대 보호하는 힘을 가진 우매성을 뜻한다. 그러나 우매성만으로는 다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완전한 의미의 정통파는 몸을 자유자재로 놀리는 곡예사처럼 자신의 사고 과정을 완벽히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오세아니아 사회는 궁극적으로 빅 브라더는 전지전능하고 당은 완전무결하다는 신념 아래 놓여 있다. 그러나 실제로 빅 브라더는 전지전능하지 않고 당에는 결함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일을 처리하는 데는 끊임없이 그때그때의 임시변통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열쇠가 되는 '흑백'이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신어와 마찬가지로 이 낱말 또한 두 개의 반대 개념을 가지고 있다. 반대편에게 적용할 때는 명백한 사실인데도 흑을 백이라고 거꾸로 뻔뻔스럽게 주장하는 버릇을 의미한다. 당원에게 적용할 때는 당이 요구하는 대로 흑을 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충성심을 뜻한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흑을 백이라고 '믿는' 능력을 말하며, 나아가서는 흑을 백으로 '알고' 전에 반대로 믿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능력을 뜻하는 것이다. 이것은 끊임없는 과거의 변조를 요구하며 사실상 나머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신어로 '이중사고'라고 알려진 사고체계에 의해 가능하게 된다.

과거의 변조는 두 가지 이유로 필요하다. 그 하나는 보조적인 것으로 이를테면 예방을 위한 것이다. 보조적인 이유란 당원도 노동자처럼 부분적으로는 비교할 기준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를 참고 견딘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과 단절되는 것처럼 과거와도 단절되어야 한다. 그 까닭은 자신은 선조들보다 더 풍요롭게 살고 있고 물질적 혜택의 평균 수준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고 믿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를 재조정하는 훨씬 더 중요한 이유는 당의 완전무결함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의 예언이 어떠한 경우에도 옳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연설이나 통계나 각종 기록들을 계속 현재에 맞춰야 할 뿐 아니라, 거기에서는 당의 강령이나 정치 노선의 변경 역시 결코 인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람이 마음을 바꾼다든가 정책을 바꾼다든가 하는 것은 스스로 약자임을 자백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과거가 변한다는 것은 영사의 중심 철학이다. 과거의 사건들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록된 서류와 인간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주장된다. 과거란 그 기록과 기억이 일치된 것을 말한다. 그리고 당은 모든 기록을 마음대로 통제하고 그와 마찬가지로 당원들의 속마음을 전적으로 지배하기 때문에 과거란 당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과거는 변경될 수 있는 것이지만 어떤 특별한 경우에는 절대로 변경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시기에 알맞은 형태로 과거가 멋대로 재창조되면 이 새 과거가 과거일 뿐 다른 과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그렇듯 1년을 지나는 동안에 같은 사건이 여러 차례 수정되는 때가 있더라도 이것은 괜찮다. 언제나 당은 절대 진리를 가지고 있고, 그 절대 진리란 현재의 것과 결코 다를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무엇보다도 과거를 지배하는 것은 기억의 훈련에 달려 있을 것이다. 모든 기록된 문서가 그 당시의 정통성과 일치한다고 확인하는 것은 기억의 훈련에 달려 있을 것이다. 모든 기록된 문서가 그 당시의 정통성과 일치한다고 확인하는 것은 단순한 기계적 작용이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바람직한 형태로 발생했다고 '기억'해두는 것이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의 기억을 재조정하거나 기록된 문서를 변경해야 한다면, 그 다음에는 자기가 그렇게 했다는 사실까지도 '잊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재주는 다른 정신 훈련으로 얻는 기술처럼 습득이 가능하다. 당원들은 거의 다, 그리고 지적이며 정통적인 사람은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구어로는 아주 솔직히 '현실 통제'라고 부른다.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하는데 이 이중사고는 이외에도 많은 뜻을 지니고 있다.

이중사고한 사람의 마음 가운데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신념을 갖게 하는, 따라서 그 두 가지를 모두 다 받아들이게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당의 지직층은 자신들의 기억을 어느 방향으로 변경시켜야 할지 알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현실을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중사고'의 작용으로 현실이 침해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의식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확하게 수행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무의식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날조를 한다는, 그래서 죄를 범한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중사고'는 영사의 핵심이다. 그 이유는 당의 본질적인 행위가 완전히 정직하게 수행된다는 요점을 굳건히 지키면서 의식적으로 기만을 자행하기 때문이다.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그 거짓말을 진심으로 믿고, 어떤 사실을 형편이 좋지 않으면 잊어버렸다가 다음에 다시 필요하면 필요한 기간만큼 망각에서 끌어내고, 객관적인 진실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그 부정한 진실을 언제나 고려하는 등-이러한 모든 것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중사고'라는 낱말을 사용하는 데도 '이중사고'의 작용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 말을 사용하면 현실을 멋대로 조작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므로 다시 '이중사고'를 작용시켜 이런 생각을 없애버리는데, 이런 식으로 끝없이 진행되면 거짓말은 언제나 진실의 한 발자국 앞에서 뛰어가게 되어 있다.

...

'이중사고'를 가장 교묘하게 행하는 이들은 '이중사고'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며, 그것이 굉장한 정신적 사기 체계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인간 평등을 영구히 저지시키려면-즉, 상층계급이 영원히 자신들의 자리를 고수하려면-일반의 정신 상태를 광적인 상태로 몰아넣어야 하는 것이다.

256-263p

cf)

- 빅 브라더: 오세아니아의 최고 권력자이자 독재자.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상징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로 추정된다.

- 오세아니아: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가상의 국가.

- 신어: 오세아니아의 공용어로서 영사, 즉 영국 사회주의의 이념적 필요에 따라 고안된 언어이다.

- 영사(英社): '영국 사회주의'의 약자.

-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당의 슬로건 중 하나로, 모순된 단어들의 조합에도 불구하고 이중사고를 통해 당원들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당의 절대적인 지배력을 엿볼 수 있다.

-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당의 슬로건 중 하나로, 당은 그들의 입맛대로 과거를 수정하여 당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

 

- 이중사고란 인지부조화의 일종이다.

https://namu.wiki/w/%EC%9D%B8%EC%A7%80%EB%B6%80%EC%A1%B0%ED%99%94

 

인지부조화 - 나무위키

요약60명을 20명 씩 A, B, C 라는 세 개의 실험집단으로 나눈다. 그 후 세 집단에게 재미없고 의미없는 단순반복작업을 수행시킨다. ((30분간 실덩이 12개를 한 접시에 올렸다 내리는 작업을 수행시키고, 그 다음 30분간 다이얼 조이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계속 반복해서 돌리는 작업을 수행시킨다.) 이렇게 1시간 가량 지나면 피험자가 지겨움을 느끼게 된다.이후 A, B집단 피험자들에게, 다음 실험을 주관할 주최측 직원이 사고가 생겼다며 직원을 대신하

namu.wiki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