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 삼분법의 윤리

2019. 9. 16. 17:36지식&정보&저장

반응형
실천윤리학
국내도서
저자 : 피터싱어 / 황경식역
출판 : 철학과현실사 1991.02.01
상세보기

(236p)

우리가 원조의 의무를 가진다는 논증에 대한 가장 심각한 반론은, 절대빈곤의 주요한 원인이 인구과잉에 있는 까닭에 지금 가는 속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은 미래의 가난 속에 있을 더 많은 사람을 태어나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매우 극단적인 형태의 이 같은 반론은 우리가 ‘삼분법(triage)’의 정책을 채택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개념은 전시에 채택된 의료정책에서 유래되었다. 아주 소수의 의사로써 모든 부상자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환자들은 세 부류로 분류되었다. 의료적 지원 없이도 살아날 것 같은 사람, 의료지원을 받지 않으면 죽을 것 같지만 의료지원을 받으면 살아날 수도 있는 사람, 의료지원을 해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사람, 이렇게 세 부류이다. 따라서 단지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에게만 의료지원이 주어졌다. 물론 이 생각은 한정된 의료자원을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첫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의료시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의료시술이 쓸모가 없다. 피원조국들이 자신을 스스로 먹여 살릴 수 있게 될 전망이 있고 없음에 따라 이 같은 정책이 국가에도 적용되어야만 한다고 주장되어 왔다. 우리는 우리의 도움 없이도 곧 자신의 국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나라에는 원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도와준다고 해도 자신들이 먹여 살릴 수 있는 수준으로 인구를 제한할 수 없는 나라에는 원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도움으로써만 식량과 인구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그러한 나라만을 도울 것이다.

이 같은 이론의 주장자들은 그들이 볼 때 ‘희망 없는’ 부류에 속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지원하는 것을 당연히 꺼린다. 방글라데시가 종종 그 예로써 인용된다. 그러할 때 삼분법 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방글라데시에 대한 원조를 삭감하여, 기아와 질병과 자연적 재난이 지금 약 8천만인 그 나라의 인구를, 그 나라가 모든 국민을 적당하게 먹여 살릴 수 있는 수준까지 줄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여 하딘(Garrett Haedin)은 이 같은 비유를 하고 있다. 부자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물에 빠진 사람이 득실거리는 바다에 떠 있는 만원인 구명보트에 타고 있는 사람과 같다. 만약 우리가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 보트에 그들을 태운다면, 우리 보트는 인원이 초과되어 우리 모두 익사할 것이다. 전부 다 죽는 것보다는 몇이라도 살아남는 것이 그래도 나을 것이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익사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하딘에 따르면 오늘 우리의 세계에는 ‘구명정 윤리(lifeboat ethics)’가 적용되어야 한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이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붙들고서 함께 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후략)


'인구와 삼분법의 윤리'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조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찬성하는 논증들에 반박하는 반론 중 하나다. 피터 싱어는 '인구와 삼분법의 윤리'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해악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여 이 논리를 반박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