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음악에 미치는 영향

2019. 9. 3. 18:45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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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은 저렇게 지었지만 더 정확하게는 '인터넷이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생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주말에 '우리동네 오케스트라'라고 교회에서 동아리처럼 연주회를 갖는 것을 보고 왔습니다. '오케스트라'라고는 하지만 동호회 정도의 단체이고, 단원들도 음악 자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입단 가능하기에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수준의 연주회였지만, 잘 듣고 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 이게 두 번째로 듣는 우리동네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였습니다. 처음으로 들은 건 작년이었는데, 그때는 보면서 참 연주를 못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들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번에는 연주에 대해 불만 없이 잘 들었네요. 딱히 전체적인 단원들의 수준이 높아진 건 아닌데, 왜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을까요?


처음에 연주회를 들었을 때는 제가 이전에 아마추어들의 연주회를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연주회나 합창 등의 단어를 들으면 연상했던 이미지는 각 단원들이 제 역할을 다해 완벽하게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이었습니다. 연주하는 사람들이 프로가 아니라는 점을 잊고 있었던 거죠. 그 점을 잊고 들었더니, 기존에 알고 있던 프로들의 완벽한 연주와 일반인들의 아마추어스러운 연주가 너무 비교가 되더군요.

이 부분이 인터넷이 보통 사람들에게 음악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올바르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완벽한 연주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미숙한 음악을 들으면 쉽게 평가절하하도록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좀 더 심화되면, 실력이 부족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을 넘어서 원곡과 조금이라도 다른 것은 전부 폄하하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편곡 자체는 물론이고 연주자의 특색을 곡에 넣는 것을 용서할 수 없게 되는 거죠.


저도 저런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주자나 가수의 노력을 생각하지 않고, 노력이 부족하거나 원곡의 색을 살리지 못한 부분만을 지적하는 악성 청중이었던 거죠.

그런 생각이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변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는 원곡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지휘자들과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는 곡은 전부 다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 각각의 색이 담긴 여러 베리에이션의 곡을 사랑합니다. 저도 그런 태도를 가지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항상 원작자의 의도만을 존중하기보다,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생각 역시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원곡이 가장 최선의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원작자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마스터피스일 테니까요. 하지만 음악에는 틀린 것은 없습니다. 곡은 기존의 것이 존재하지만, 음악이란 것은 원래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사람들 개개인의 특색으로 인해서 항상 새롭게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하여튼 그래서 제가 왜 인터넷이 일반인에게 좋지 않다는 말을 하려고 하고 있을까요? 결국 인터넷에는 다양한 버전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교양 수준을 높이고, 음악을 더 널리 퍼뜨리는 순기능만이 있는 것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애초에 인터넷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다만 인터넷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할 뿐이고, 개인은 그 속에서 '본인이 관심 있어하는' 정보만을 볼 뿐입니다. 그로 인해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간은 점점 더 편향된 생각을 가지기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는 '추천 동영상'이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기존 사용 패턴을 통해 관심사를 분석해, 그에 맞는 동영상을 추천해 주는 기능이지요. 그 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대부분의 정보는 그 사람이 원하는 것만 남게 됩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단 댓글들도 전부 그 사람이 얻는 정보에 대해 호의적으로만 말하고 있겠죠.

마찬가지로 음악을 소비할 때도 여러 베리에이션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마음에 드는 단 하나만을 소비하게 됩니다. 하나의 버전만 계속해서 듣다 보면 다른 버전은 그 자체로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척하는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한 인터넷의 단점은, 어찌 보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얻기 쉬운 정보만을 그저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찾는 태도를 갖는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죠.

일반적으로 형식을 지키는 것에만 집중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19세기 유럽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는 항상 자유분방한 연주를 했다고 합니다. 항상 원곡의 색이 바랠 정도로 본인의 기교를 첨가하여 연주를 했지만, 사람들은 그의 연주에 열광했다고 합니다. 그 옛날에도 인정받던 다양성을, 역사상 가장 다양성이 만발한 현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잊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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