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약왕 리뷰

2019. 8. 19. 23:11후기&리뷰&소개/영화

2018.12.22 글


(스포주의)

 

크리스마스에 무슨 영화를 볼까하다가 마약왕을 예매했습니다. 그런데 예매해 놓고 영화 리뷰를 대강 찾아봤는데, 평점이 영 좋지 않더군요. 이전부터 좋은 감독에 좋은 배우들이 나온다길래 기대를 하고 있던 영화였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평점이 낮은 것일까 궁금증이 들어서 예매를 취소하지 않고 그냥 봤습니다. 물론 기대는 땅에 내려놓고요.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기대를 낮춰 놓고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내 관점과 사람들의 관점이 뭐가 다른 것일까 다시 한번 리뷰를 자세히 훑어봤는데, 읽어보니 확실히 평가들이 다 일리가 있더라고요.

 

먼저 단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초중반부의 스토리가 너무 난잡하다.

 

짧은 러닝타임 동안 실화를 바탕으로 개인의 일대기를 전부 집어넣으려다보니까 장면 전환이 너무 빠르고 캐릭터에 몰입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각 캐릭터에 대해서 관객에게 자세히 설명하려 하지만, 굳이 잔가지들을 전부 화면에 잡으려다보니까 중요한 줄기 역시 가늘어져 버린 모양새입니다. 그렇게 넣은 잔가지들이 필요한 내용인가 하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요.

 

대표적으로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이도저도 아닌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두삼이 돈을 버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두삼의 캐릭터를 정립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악착같이 돈을 버는 캐릭터인 주제에 저렇게 의미없이 돈을 날려댄다는 게 모순된 느낌입니다. 그리고 동생을 위해서 굴욕도 마다하지 않던 캐릭터가 당장 동생이 마약을 한 것을 눈치 챘으면서 의미 없이 뭐하고 있는건지... 그냥 돈을 많이 벌어서 기쁘다는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이 장면 이후에 다시 이두삼이 돈을 많이 벌어서 기뻐하는 의미가 중복되는 장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연출상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2.영화 전체적으로 조연들은 단순한 소모품일 뿐이다.

 

영화의 조연들을 보면 전부 한가닥한다는 이름 있는 배우들입니다. 그런데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그 조연들의 속마음 같은 것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에 공감을 하지 못합니다. 비싼 조연들을 그냥 내용 전개를 위한 들러리로만 소모하는 느낌입니다. 굳이 그 배우가 아니여도 문제가 없는 배역들이 주인공의 주위에서 맴돌고 있을 뿐입니다. 영화에서 조연들을 신경 안 쓴다는 점은 조연들의 퇴장이 대부분 제대로 명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3.송강호의 원맨쇼.

 

 

 

다른 포스터들도 있지만 위의 것이 마약왕 포스터 중에서 이 영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포스터라고 봅니다. 이 영화는 그냥 송강호의 송강호를 위한 송강호에 의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태생상 어쩔 수 없다고 볼 수도 있는데, 영화 내용 전체가 모조리 주인공에 대해서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2번 항목과 겹치기도 하는데, 영화가 주연만을 최대한 치켜세우고 있어서 나머지 조연들은 주연의 그림자에 가려져서 보이지가 않습니다.

 

4.영화 주제가 모호하다.

 

영화를 보면 새마을 운동, 부마 항쟁, 궁정동 사건 등이 영화 내에서 주요 배경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 감독은 당시 사회상을 영화를 통해 풍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이두삼의 부인을 육영수 여사라고 비유하는 것이 한두번이 아닌 것을 보면, 이두삼은 박정희 대통령을 비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두삼의 몰락 역시 궁정동 사건과 같이 시작하고요.

 

그렇지만 이 영화는 그 주제를 따라가고 싶은건지 아닌지 모호한 태도를 취합니다. 당시 사회를 풍자하고 싶지만, 영화 구성은 인물의 일대기를 띄엄띄엄 보여주는 방식으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두삼을 박정희에 비유하고 싶지만 이두삼의 몰락과 결말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지는 못 합니다. 결국 영화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며, 관객 역시 영화에 공감할 수 없게 됩니다. 차라리 인물의 일생 전체를 담아내려하기보다는 특정 시점의 사건만을 잡아내는 것은 어땠을까 싶네요.

 

이렇게 비판점을 쭉 나열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니 못 만든 영화라는 점에 반박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요, 제가 생각한 장점을 말해보겠습니다.

 

1.송강호의 연기력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두삼의 캐릭터가 너무 송강호 스타일에 묻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확실히 초반부의 이두삼은 그냥 송강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고문을 당하고 자신의 오줌으로 범벅이 되는 와중에도 자신을 고문하는 대상을 노려보는 장면 그리고 첫 살인 이후로 이두삼의 캐릭터는 그만의 색을 찾고 있습니다. 이 때부터 송강호가 왜 우리나라 대표 배우 중 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중반 이후는 스카페이스라는 영화의 오마쥬라지만, 뭐 전문 평론가도 아니고 80년대 영화를 본 적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당시의 장점을 살려서 지금의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도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일테고 말이죠.

 

앞에서 지적한 단점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송강호의 연기력을 기반으로 이 영화는 이두삼이라는 인물을 주위 인물들의 적절한 연기를 통해서 치켜세우는 구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주변 인물들이 비중이 높지 않아도 괜찮을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은 서사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이 영화는 그런 기반을 다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아쉬운 결과물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2.음악적 구성

 

이 영화는 음악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등장한 음악 중에서 제대로 아는 음악은 슈베르트의 마왕밖에 없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적재적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분위기, 인물의 전환 등을 참 적절히 설명한다 싶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들에 대해 먼저 알고 영화를 본다면 더욱 영화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별점 ★★★☆☆

 

전반적으로 영화의 평점이 눈에 띄게 낮은 것은 관객들이 천만배우의 타이틀과 감독의 전작으로 인한 너무 높은 기대치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초반부의 구성이나 마지막의 결말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후반부의 송강호의 연기력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습니다. 그의 연기를 통해 돈과 마약 때문에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관찰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에서 불만을 느낀다고 해도 무난히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