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5. 23:26ㆍ후기&리뷰&소개/책
2019.1.30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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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적 담론 하에서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의 행보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오쩌둥이 공산당을 이끌고 대장정을 하고 있었을 때 공산당이 국민당을 무너뜨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직 중국 밖의 우리는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문화대혁명이나 천안문 사건 등의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관련 이론 중에서 중국붕괴론은 사라지고 중국위협론이 대두됐다. 이런 모든 현상들은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을 통한 분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책의 저자인 원톄쥔은 중국을 서구적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특수성을 농촌 경제에서 찾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이 자리를 잡을 때부터 소농경제국가로 농민이라는 소자산계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이 농촌이라는 기반을 통해서 그 동안 겪은 큰 경제문제들을 농민들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극복해 왔다. 중국은 이원구조 하에서 농촌을 통해 여러 위험들을 내부화하여 연착륙하였고, 그 결과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는 식민주의·제국주의를 통해 발전한 서구 국가들이 제도화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그들 국가의 외부(식민지)로 전가시키고, 식민지의 자원은 그들 국가 내부로 끌어들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저자는 농촌의 사유화와 시장화 전환에 대해서 반대한다. 그는 소농이 소자산계급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금융경제가 아니라 실물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의 생계, 농촌의 지속 발전 가능성, 농업의 안정성을 지켜야 앞으로 중국 경제가 겪을 수도 있는 문제를 농촌을 이용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친미 성향의 자본주의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상식을 통해 중국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가진 서구적 시각과는 다른, 중국의 특색을 이해하기 위한 시각을 제시해 주고 있다. 독자는 저자의 설명을 통해 중국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당연한 성공 방식인 서구식 근대화와 다른 길을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G2로 불릴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쉽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에 더해 좀 더 심화된 배경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호흡이 긴 문장을 자주 사용해서 독자가 문장을 읽다가 지치게 된다. 문장 중 하나를 인용해 보겠다. ‘인류 사회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 문명에 진입하게 된다는 마르크스의 역사관과, 자본주의 경제의 주요 모순의 주된 측면이 여전히 자본이라는 변증법적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21세기에 국제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쟁의 거센 압력과 도전에서 출발하여 서구의 발전을 뒤쫓는 국가인 중국이 불가피하게 산업자본 단계에서 금융자본 단계로 도약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글로벌 자본화 경쟁에 참여하여 패배하지 않도록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는 점을 수긍할 것이다.’ 하나의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문장 내의 각 부분마다 저자가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배경지식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며, 독자의 기본 지식이 충분하다고 해도 천천히 되새김질하며 읽지 않는다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책의 다른 문제점으로는, 원톄쥔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말한 담론을 하나의 책으로 구성해 놨지만, 중복되는 내용을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독자는 책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리게 될 수밖에 없다. 같은 내용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제시하는 덕분에 독자들이 무엇이 중요한 내용인지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독자가 어려운 문장을 끈기 있게 이해해봤자 결국 조금 전에 읽었던 내용의 반복이라는 것을 안 독자는 허탈감을 느끼고 집중력을 잃어버리기 쉽게 된다.
그렇지만 중국만의 특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 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해보자면, 백년의 서평은 중국만의 특징적인 형태의 역사를 우리가 익숙한 서구적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실제로는 자본주의 국가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중산층이 성장하면 정치적 수준 역시 늘어난 의식 있는 시민들에 맞춰 성장할 것이라는 서구 민주주의적 시각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여전히 대다수의 인민들은 정치에서 배제된 채 공산당 위주의 정치권이 유지되고 있다. 서구적 시각으로는 이런 모순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저자 원톄쥔은 중국을 서구의 방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구소련 체제는 현 세계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도태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중국이 구소련의 도태 과정을 피하기 위해서 세계화 과정에 그냥 동참할 뿐이라면 결국 서구 제국주의의 희생양이었던 제3세계들의 실패한 근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서구식 근대화를 도입한 결과 나타나는 자본 과잉 등의 문제를 서구 열강들은 약탈이나 전쟁 등으로 해결했지만 중국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소자산계급농민이라는 기반을 가지고 문제를 극복했다. 때문에 중국이 이 기반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새로운 입장에서 중국의 근대 사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해하는 것은 독자가 중국에 대한 유연한 시각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또한 책에서 상산하향운동이나 개혁개방 등의 근대 중국 역사 사건들의 원인과 결과, 각 사건들이 다른 사건과 어떻게 연관됐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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