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필연'에 대한 단상

2020. 7. 28. 15:20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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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notefolio.net/ruswjs/36850)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우연'의 정의는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않게 일어난 일'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표준국어대사전의 저 정의는 틀린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다만, 우연히 일어난 일이 인과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사건을 바라보는 자의 입장에서 그 일이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교통사고에 의해 사망했다고 할 때 혹자는 이것을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교통사고라는 결과는 자동차가 과속을 했다거나 A가 무단횡단을 했다거나 등의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물론 원인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런 사례를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A가 교통사고를 당할 위기에 처했더라도 A가 반사 신경이 좋아서 차를 피할 수도 있다거나 하는 등 그 결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연'의 반대말인 '필연'의 정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물의 관련이나 일의 결과가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음'인데, 이 역시 잘 생각해보면 틀린 정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필연적이라고 바라보는 일 역시 그 과정을 잘 살펴보면 반드시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변수로 인해 전혀 다른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우연'과 '필연'을 나누는 것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이 두 가지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만이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담으로, 소설, 영화, 게임 등을 보면 우연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무협지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연'을 꼽을 수 있죠.

 

엄청난 기연의 남자 - 소설의 기반 자체가 기연으로 이뤄진 경우도 흔하다

이런 우연적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개연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잘 생각해보면 우연적 스토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현실의 성공적인 일화들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우연을 기반으로 성립하고 있기 때문이죠.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보면, 성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더라도 그것은 운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지, 결국은 운이 따라줘야 성공할 수 있다는 현실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된 이야기의 '주인공' 입장에서 본다면 여러 우연이 겹쳐 필연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행운이든 불운이든 어떤 사건이 있어야 할 테니까요.

물론 우연이 남발되거나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작가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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