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9. 14:28ㆍ게임/고찰
2019.12.25 작성 글
어제 게임을 키려다가 오랜만에 정기 점검이라는 것을 마주쳐서 관련 글을 써 봅니다.
온라인 게임에는 4대 명검이 있는데요, 바로 정기점검, 임시점검, 연장검검, 긴급점검을을 일컫는 말이지요. 여기서 임시점검, 연장점검, 긴급점검은 마주하면 상당히 짜증 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점검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논외로 치고 오늘은 정기 점검에 대해서만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유저들을 내쫓고 서버를 점검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들은 정기적으로 점검 공지를 띄우고 게임을 이용할 수 없게 서버를 닫아버립니다. 당연히 유저 입장에서는 룰루랄라 게임을 하기 위해서 컴퓨터 앞에 않았는데 막상 게임이 점검 중이면 화가 나고 운영진에게 불만을 표출할 것이기 때문에, 운영진들은 최대한 그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가 적은 시간대를 노려 점검을 실행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들에서는 정기 점검 시간대가 사람이 적은 새벽이나 오전 시간대일 텐데요, 파판 14는 점검 시간대가 대개의 경우 낮 시간대이더라고요? 물론 MMORPG라는 장르 특성상 성인 유저층이 많고 성인 유저층 특성상 낮 시간대에는 게임에 접속하기 어려우므로 상대적으로 낮 시간대에 접속 유저가 적은 것이 당연하기는 합니다만, 아예 전반적으로 06:00~18:00 정도를 점검 시간대로 잡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아무리 주 유저층이 성인이라도 새벽 시간대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은데, 파판 14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걸까요?
사실 앞에서의 이야기에서는 점검 시간대는 운영진의 편의가 아니라 유저의 편의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이 아닌 점검 시간대에 의문을 제시한 것인데요, 반대로 운영진의 편의를 생각한다고 한다면 낮 시간대의 정기 점검이 이상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내가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즐기니까 당연히 자신의 시간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운영진 입장에서 보면 그들 역시 일반적인 노동자로서 새벽 시간대의 근무를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게이머 입장에서 시간을 내서 집 컴퓨터 앞에 앉거나 PC방 선불 요금을 내고 자리에 앉은 상황에서 하고자 하는 게임의 점검 화면을 마주하는 것은 당연히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예전에 비해 힘을 잃었듯이,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라도 생산자와 판매자의 권리도 소비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인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새벽 시간대 점검이라는 것은 분명 운영진 입장에서 힘든 일이고, 예전부터 이런 IT업계의 혹독한 야근 환경이 일반화되어 '판교 오징어배'나 '판교 등대'와 같은 부정적인 말들이 생긴 것이겠죠. 소비자 입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챙기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하는 배려심을 가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파판 14처럼 낮 시간대에 점검을 진행하는 것이 업계 환경에서는 더 긍정적인 방향일 것이고 나아가 정당한 권리를 찾은 개발자와 운영진들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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