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28. 22:16ㆍ지식&정보&저장
요전에 여우비가 오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호랑이가 장가가나 보다고 하시길래, 여우가 시집가는 것 아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여우가 시집간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고 반문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뭔가 신기해서 이와 관련해 검색을 해봤습니다.
여우비의 사전적 정의는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라고 하는데요, 아주 맑은 날씨에 갑자기 비가 잠깐 오고 그치는 날을 '여우 시집가는 날', 또는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즉, 둘 다 여우비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거죠.
어원을 알아보니, 구체적인 유래가 전해지지는 않지만, 여우가 시집가기 싫어서 운다는 말, 여우를 사랑한 구름이 슬퍼서 우는 거라는 말 등의 설이 있네요. 아마 비가 내리던 것이 금방 그치는 현상을, 눈앞에 나타났던 여우가 금세 시야에서 사라지는 현상에 빗대어 여우비라고 부르던 것에, 여우비라는 이름에 맞춰 추가적인 이야기가 붙은 것일 테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호랑이 장가가는 날보다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 더 익숙한데요, 아마 일본 소설이나 만화 등에서 여우와 관련된 표현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에도 여우비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 유래로 과거 농촌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노동력(사람)을 생산하는(낳는) 여성이 시집오거나 가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는 말, 맑은 날인데도 비가 내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여우에 홀려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간주해서 여우비라고 불렀다는 말, 일본에서는 여우는 요괴들처럼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여우가 맑은 날에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라는 말, 비가 올 때 암컷 여우가 수컷 여우를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말, 산기슭에 사는 여우들이 자신들이 이동하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지나가는 길에 비를 뿌리는 것이라는 말 등의 설이 있다고 하네요.
그 외에도 아프리카에서는 원숭이와 자칼, 아랍어 권 일부 국가에서는 쥐, 불가리아에서는 곰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장가 혹은 시집간다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이탈리아의 칼라브리아주, 살렌토 반도 지역과 영국 남서부에서는 동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여우가 결혼한다고 하며, 터키에서는 악마와 결혼할 때 내리는 비라고 부르며, 폴란드에서는 마녀가 버터를 만들 때 내리는 비라고 부른다고 한답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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